홍러우에서 바통까지, 타이베이 베어의 밤
홍러우 야외 바의 탄생부터 베어의 가라오케, 테마 파티, 카페형 술집과 바통의 일본식 카운터까지. 타이베이 베어 문화가 가진 여러 얼굴을 따라갑니다.
타이베이 홍러우(紅樓) 뒤편 광장은 해가 지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야외 테이블과 음악, 작은 바들이 줄지어 늘어서고, 처음 만난 사람도 옆 테이블에서 누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살핍니다. 타이베이 베어 문화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좋은 장소지만, 베어의 밤이 모두 이 광장 안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베어 씬에도 커피처럼 천천히 술을 마시는 사람, 마이크를 잡아야 밤이 시작되는 사람, 테마 파티와 고고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먼과 홍러우, 그리고 린선베이루의 일본식 바 거리까지 일곱 장소를 엮으면 타이베이가 왜 아시아의 중요한 베어 나이트라이프 도시인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입니다.
베어들이 앉을 테이블이 생긴 거리
홍러우가 처음부터 활짝 열린 게이바 광장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20세기 타이베이의 게이 문화는 신공원(오늘날의 228평화공원)과 지하 클럽, 눈에 잘 띄지 않는 만남의 장소를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2006년 홍러우 뒤편 광장에 게이 사업장이 들어서며 만남의 공간이 점차 거리 위로 나왔습니다.
이 변화에 베어 문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현지 역사 취재에 따르면 홍러우 광장의 첫 게이 상점은 큰 체형의 남성 손님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Little Bear Village였습니다. 뒤이어 Café Dalida와 바들이 들어서면서 낯선 사람을 보는 시선, 단골끼리 어울리는 방식, 각자 좋아하는 체형과 취향이 야외 테이블을 따라 갈라졌습니다. 홍러우의 역사는 술집들이 생긴 순서이면서,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생긴 역사이기도 합니다.
같은 베어, 서로 다른 밤
타이베이에서는 '베어 바'라는 말만으로 업소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청크와 베어 손님이 모이는 술집이 있고, 베어라는 정체성을 앞세우는 이벤트가 있으며, 노래 중심의 가라오케와 카페형 사교 공간도 있습니다.
홍러우에서 시작해 분위기를 살피고, 오늘 하고 싶은 활동에 따라 다음 장소를 고르는 편이 일곱 업소를 같은 종류의 바로 취급하는 것보다 재미있습니다.
PawBar
PawBar · 칵테일도 베어의 언어로
PawBar는 이름부터 발바닥을 내세웁니다. 베어, 늑대, 수달, 황소처럼 커뮤니티에서 익숙한 동물 이미지를 칵테일 콘셉트에도 가져온 곳입니다. 베어를 장식처럼 붙인 게 아니라 메뉴와 술자리의 유머에까지 끌어들인 셈이지요.
평소에는 노래와 대화가 중심이지만, 2026년에는 베어 고고 파티 같은 별도의 공연형 프로그램도 열었습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오늘의 목적이 친구와 술 한잔인지, 특정 음악과 퍼포머를 보러 가는 것인지에 따라 밤의 얼굴이 달라집니다.
108台灣臺北市萬華區峨眉街86號b1
Utopia 烏托邦
Utopia 烏托邦 · 청크와 베어의 사교 바
Utopia 烏托邦은 현지 가이드에서 베어와 청크들이 모이는 장소로 꾸준히 언급됩니다. 시먼의 활기 속에서도 같은 취향의 친구를 만나고 한참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이 중요한 공간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체형 관련 표현이 이곳의 손님 문화와도 이어집니다.
행사가 있는 날에는 드레스코드와 음악, 프로그램이 전혀 다른 밤을 만듭니다. 평소의 사교 바와 테마 나이트를 한 문장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누가 모이는지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날 무엇을 하러 오는지까지 보아야 이곳의 성격이 보입니다.
108臺北市萬華區昆明街109號2樓之5
DRUNK Taipei
DRUNK Taipei · 노래가 가장 큰 목소리
DRUNK Taipei는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면서도 노래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곳입니다. 현지 베어 가이드에서 PawBar, Punch와 함께 가라오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바 중 하나로 소개됩니다.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는 카페형 바와는 다른 종류의 사교입니다.
프라이드 주간 같은 특별한 날에는 DJ와 고고 프로그램으로 분위기가 바뀌기도 합니다. 마이크가 중심인 평소의 밤과 퍼포먼스가 중심인 파티의 밤을 나눠 생각하면 어떤 날에 찾아갈지 고르기 쉽습니다.
108台灣臺北市萬華區昆明街92-2號3樓
VERSBLUE
VERSBLUE · 홍러우의 긴 대화
VERSBLUE는 홍러우의 광장 문화와 닿아 있는 카페형 바입니다. 현지 가이드에서는 HELP와 함께 베어들이 앉아서 한잔하며 이야기하는 사교 공간으로 소개합니다. 가라오케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곳과 달리, 테이블에 머무르는 시간이 중심입니다.
가까운 테이블에서 오가는 대화와 음악을 듣고 있기 좋은 홍러우의 장점이 이곳에서는 조금 느린 속도로 나타납니다. 파티를 기다리는 모임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그날 밤의 마지막 한 잔이 될 수도 있습니다.
108台灣臺北市萬華區成都路10巷5號
HELP Bar & Cafe
HELP Bar & Cafe · 진료실을 닮은 칵테일
HELP Bar & Cafe는 진료와 처방전을 떠올리게 하는 콘셉트를 술과 디저트에 끌어들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어 손님들이 찾는 카페형 바라는 성격은 VERSBLUE와 비슷하지만, 칵테일의 이름과 차림에서 장난기 있는 이야기를 더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밤 공연보다 메뉴를 구경하고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런 공간이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홍러우의 베어 문화는 큰 음악과 파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앉아서 술을 마시고 서로 안부를 묻는 시간도 그 일부입니다.
台北市萬華區西寧南路50巷3號3樓
Punch
Punch · 베어의 노래방 같은 밤
Punch는 현지 가이드가 베어들이 즐겨 찾는 가라오케 바라고 소개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음악은 누군가 틀어 주는 배경이 아니라 직접 부르는 노래입니다. 카운터에서 마이크가 움직이고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면, 술자리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서구식 대형 댄스클럽과도, 홍러우의 카페형 술집과도 다릅니다. 베어 문화가 노래를 함께 부르는 동네 바의 사교 방식과 어떻게 만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PawBar·DRUNK와 같은 가라오케 계열 안에서도 오늘의 분위기와 손님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108台灣臺北市萬華區成都路94號2樓
UT BAR
UT BAR · 바통 골목의 일본식 카운터
UT BAR는 시먼에서 벗어나 린선베이루 일대의 바통(八條通) 골목으로 시선을 옮기게 합니다. 일본식 작은 카운터에서 술잔을 들고 일본 노래를 부르는 베어 바라는 점이 홍러우의 야외 테이블과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타이베이 게이 나이트라이프에는 일본의 작은 카운터 바 문화와 닮은 풍경도 남아 있습니다. 넓은 광장에서 사람을 구경하는 술자리와 몇 명이 카운터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술자리. 둘 다 타이베이지만 서로 다른 도시처럼 느껴지는 지점입니다.
台北市中山區林森北路133巷27號2樓
마치며
홍러우의 역사를 따라가면 타이베이 베어의 밤을 단순히 몸집이 큰 남성들이 모이는 장소 목록으로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숨어서 만나던 사람들이 자기 테이블을 만들었고, 그 테이블들이 카라오케와 카페, 테마 파티, 일본식 작은 바로 이어졌습니다.
첫 잔을 어디서 시작할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일곱 공간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람이 만나고 어울린다는 사실입니다. 타이베이의 베어 씬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습니다.